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매년 40,000~60,000대의 새로운 풍력 터빈이 설치 가동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과연 미래의 풍력발전기 모습이 현재와 같은 모양일까? 꼭 같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펄럭이는 패널이 달린 연 모양이나 거대한 팔을 휘저으며 날아다니는 섬 모양을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영국풍력발전소(British Wind Power, 이하 BP)가 개발한 Aerogenerator X는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바다괴물이 수면 위로 두 개의 긴 목을 V자로 쭉 뻗친 것 같은 형상이다. 먼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이 구조물의 꼭대기에는 에어로포일이 달려 있어 수직 터빈을 작동시킨다. 이 거대 구조물은 총 너비가 274m에 이르는데, 이는 세 개의 축구 경기장 길이를 합한 길이와 맞먹는다.
BP, Caterpillar, Rolls-Royce, EON과 같은 유수 기업들이 참여하는 Aerogenerator X는 투자, 크기, 무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내에 시장에 선보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에 위치한 Sway사는 북해의 석유산업을 통해 풍력발전 경험을 축적해 왔다. Sway는 바닥짐(ballast)을 채워 해저에 자유자재로 정박시킬 수 있는 부유형 탑에 풍력발전시설을 건설한다. 이러한 방식은 해저면에 드릴링 및 보링 작업으로 기둥을 세우는 대신 더 깊고 먼 바다에 구조물을 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way의 풍력발전기는 노르웨이 해안에서 50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다. 거센 바람이 꾸준히 부는 그 곳에서는 연안에 비해 20~30% 많은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풍력발전기의 시제품에 대한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10~20MW 의 터빈을 감당할 만큼 충분히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Sky WindPower사가 개발 중인 Flying Electric Generator의 이미지 도안. 이 구조물은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50대 발명품에 올랐다.

더 나아가, 공중에 떠다니는 풍력발전시설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 일례로 네덜란드의 ‘Power Plane’이 있다. 이 발전소는 일종의 무인 글라이더로, 케이블을 통해 지상의 본부와 연결되는데 글라이더가 이륙하여 케이블을 잡아당기면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글라이더가 하강하면서 케이블은 돌돌 말리고, 그 다음에 글라이더가 다시 이륙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식이다.
지상에 세워진 기존의 풍력발전기 가동률은 30%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왕립 기상학 연구소가 측정한 통계에 따르면, Power Plane 한 대의 가동률은 60%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높은 고도의 상공에서 강한 바람이 꾸준히 부는 덕분이다. 제조 비용도 기존의 발전시설에 비해 훨씬 적게 들어간다고 한다.
에너지 기업인 Ampyx Power의 상무이사이며 Power Plane 책임자인 리까드 루이테캄프(Richard Ruiterkamp)는 “우리는 수학 및 전자공학을 활용하여 강, 구리, 유리섬유에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얻는 방법을 찾아냅니다”라고 말한다. Power Plane은 2014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현재 전력망이 구축돼 있지 않은 곳에서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얻는 사용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형 1MW 시스템이 구축되면, 에너지 기업들의 큰 관심을 모으게 될 것이다. 루이테캄프는 “모든 청정 에너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석탄보다 저렴하게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고요”라고 전한다.
미국 코넬 대학 교수인 프랑시스 차알스 문(Francis Charles Moon)은 신기술을 통한 상상력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밤이나 흐린 낮에는 바람의 힘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해가 있을 때는 태양전지로 에너지를 얻는, 이른바 펄럭이는 패널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Vibro-Wind’라는 명칭이 붙었다. 문 교수는 향후 3~5년 내에 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될 거라고 자신한다. Vibro-Wind 기술은 대도시의 주택이나 사무용 건물들 사이로 부는 바람을 수집한다는 기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유형의 풍력발전기들 중에는 마치 공상과학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인 것이 많다. Aerogenerator X 관련 작업은 대부분 영국의 프랜필드 대학에서 이루어졌다. 이 대학 해양공학과 교수인 패르갈 브랜난(Feargal Brennan)은 Aerogenerator X 프로젝트의 성과 상당 부문이 현존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바다에 거대한 크기로 풍력발전기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덴마크의 풍력발전 전문업체인 BTM Consult는 현존하는 기술로 험난한 해양 환경에 새로운 발전 시설을 세울 경우, 육지에 건설하는 것보다 두 배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Siemens와 GE 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했다. 회전하거나 움직이는 부품의 숫자를 줄인 수직형 풍력발전기 기술에 투자한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제조업체들도 신기술을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기 개발업체 Ägir Konsult의 대표인 스타판 앵스트룀(Staffan Engström)은 회전 날개 각도를 일일이 조정하거나, 다양한 변속기 및 기어 장치를 활용 혹은 터빈 앞에 레이저를 기반으로 한 풍력 측정계를 설치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한다.
더 큰 동력을 내는 풍력 발전기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스페인 기업 Gamesa는 11개 풍력발전 및 엔지니어링 관련업체와 함께 ‘Azimut’라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20년까지 15MW 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최대 풍력발전기인 Enercon E-126이 생산하는 전력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관련 기업들이 2013년까지 2,500만 유로(약 391억 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UpWind’ 프로젝트는 회전 날개 직경이 200m이고 비행기 날개처럼 두 개의 회전 날개로 이루어진 20MW짜리 풍력발전기 개발을 목표로 한다. 네덜란드 에너지 연구소의 요 베르스캔스(Jo Beurskens)는 “10년 후면 20MW의 풍력발전기가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풍력발전기들은 세계시장의 선두주자인 Vestas사의 차세대 거대 프로젝트 V164보다도 현저히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V164는 187m 높이의 탑에 직경 164m의 회전 날개를 갖춘 풍력발전기이다. 이들 발전기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미국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94m)과 런던 금융가에 있는 마천루 거킨 빌딩(180m)조차 난쟁이처럼 느껴진다.

Virbo-Wind는 밤이나 흐린 낮에 대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부는 바람을 수집하고, 해가 떠 있을 때에는 태양전지가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왼쪽 런던 동부의 채텀 마리타임에 있는 500W 저소음 풍력발전소의 시제품.
오른쪽 British Wind Power사가 개발한 Aerogenerator X는 전체 너비가 274m에 이르는데, 이는 곧 축구 경기장 3개의 전체 길이와 맞먹는다.
고객 맞춤형 공구
풍력발전기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가공기 및 공구 제조업체에게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에도 제조업체들은 드릴링, 밀링 및 선삭 가공이 필요한 거대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 예로, 4~5m 길이에 20ton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단조 메인 샤프트 하나를 가공하는 데만 해도, 6~8ton에 달하는 재료가 가공을 거치면서 제거된다.

샌드빅 코로만트의 발전부 프로그램 매니저인 패르 포셀(Per Forssell)은 “다음 개발 단계는 해양에 설치될 풍력발전기가 될 것”이라면서, “그때는 지금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부품이 사용되겠지요”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현실화되면 현재 80ton(2MW 터빈)인 터빈 구조물은 곧 150ton으로 더 무거워질 것이다. 이는 곧, 더욱 거대한 부품 가공을 위해 특수 설계된 대형 가공기와 공구가 필요해진다는 의미이다.
포셀은 “오늘날 풍력발전은 전 세계 발전 시장의 약 2%를 차지하는 데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시장 점유율은 매년 10~15%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맡게 될 작업량도 아울러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한다.